울산에서 빚은 사공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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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빚은 사공칠

일상의 소재를 다시 바라보다

거대한 공장과 산업단지로 널리 알려진 울산에서 일상의 소재를 세심하게 관찰하며 디자인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청년 창업가가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사공칠을 운영하는 정석준 대표다.

사공칠은 나무와 아크릴, 금속을 비롯한 여러 소재를 탐구하고 이를 조명과 가구, 생활 속 오브젝트로 구현한다. 카페에서 버려지는 커피 원두 봉투와 폐 병뚜껑, 폐플라스틱도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자원으로 활용한다. 무심코 버려지거나 지나치기 쉬운 재료를 다시 살펴보고,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제품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정 대표는 울산에서 태어나 울산대학교를 졸업한 뒤 울산에서 창업했다. 태어나고 공부하며 일과 사업을 이어 온 약 30년의 시간이 울산과 맞닿아 있다. 사공칠은 2019년 개인사업자로 출발했고, 이후 법인 전환과 예비사회적기업 과정을 거쳤다. 현재는 조명 제품과 가구의 디자인·설계를 진행하는 한편 업사이클링 제품도 제작하고 있다.

공간보다 오브젝트에 끌리다

정 대표의 전공은 실내공간디자인이다. 대학에서 공간을 구성하고 채우는 방법, 디자인을 통해 공간에 가치를 더하는 과정을 공부했다. 그러나 학업을 이어 갈수록 관심은 공간 전체보다 그 안을 이루는 개별 오브젝트로 향했다. 공간을 설계하는 일보다 그 공간을 완성하는 제품에 더욱 눈길이 갔고, 이러한 관심은 제품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창업을 선택한 배경에는 자신의 일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뜻도 있었다. 졸업한 뒤 뜻이 맞는 친구들과 사업을 준비했고, 전공 교수에게 여러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 먼저 창업한 선배를 통해 울산 청년 CEO 육성사업을 알게 됐으며, 해당 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창업에 나섰다.

제품 디자인에 관한 관심과 직접 일을 만들어 보려는 의지, 주변에서 건넨 조언이 한데 모여 사공칠의 출발점이 됐다. 처음부터 모든 조건이 갖춰진 것은 아니었지만, 작은 제품을 하나씩 현실로 옮기며 사업의 틀을 다져 나갔다.

처음 맞닥뜨린 창업의 현실

창업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회사를 먼저 다니며 경험과 경력을 쌓은 뒤 창업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지 고민하기도 했다. 세금 문제부터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뒤 곧바로 판매되지 않는 상황까지, 이전에는 겪지 않았던 일들을 연이어 마주했다.

모든 과정이 처음이었던 만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사업이 나아갈 방향을 계속 고민해야 했다. 제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일뿐 아니라 판매와 운영에 필요한 현실적인 문제도 직접 풀어야 했다. 창업가로서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직접 만든 제품을 알아보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생긴 순간은 사업을 이어 가게 한 힘이 됐다. 특히 첫 제품을 온라인에 공개한 뒤 최초 주문이 들어왔던 순간은 정 대표에게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자신이 고민해 만든 물건의 가치를 누군가 인정하고 실제 구매로 답했다는 사실이 큰 보람으로 다가왔다.

사공칠이 창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동력은 제품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제작자의 생각이 담긴 물건이 소비자의 일상으로 들어가는 경험은 어려운 시기를 견디게 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시장 반응을 확인하며 제품을 다듬다

사공칠은 몇 년 전부터 제품을 정식으로 내놓기 전에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해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소비자가 어떤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지 먼저 확인하고, 그 결과를 제품 개발과 개선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업사이클링 제품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의 협업도 꾸준히 진행한다. 버려지는 자원을 새 제품으로 전환한다는 작업의 특성이 기업 협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조명은 해외에서도 반응을 얻어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정 대표가 창업 초기부터 만들고 싶었던 품목은 가구였다. 하지만 처음에는 작업 공간과 자금 등 현실적인 조건이 충분하지 않았다. 이에 비교적 규모가 작은 오브젝트부터 제작하며 경험과 기반을 쌓았다. 그렇게 제품을 하나씩 선보이는 과정을 거쳐 현재의 사공칠로 성장시켰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제작해 온 오브젝트를 넘어 가구를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 계획이다. 활동 범위도 개별 제품에서 공간 디렉팅으로 넓히고자 한다. 하나의 공간에 놓이는 가구와 조명, 작은 소품까지 사공칠이 직접 디자인한 제품으로 구성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울산의 자연과 문화 환경

정 대표는 울산의 큰 장점으로 자연환경을 꼽는다. 산과 바다가 있고, 조금만 이동하면 계곡을 찾을 수 있어 일상 가까이에서 자연과 여유를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문화생활의 선택지는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울산에는 문화예술회관과 시립미술관 같은 시설이 있지만, 시민이 일상적으로 여러 문화예술을 접하거나 개인의 취향에 맞는 활동을 즐길 공간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문화 기반이 확대되면 시민들이 여가를 보내는 방식도 더욱 폭넓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일자리의 다양성도 정 대표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주변 친구 가운데 자동차와 중공업, 산업단지 분야에서 일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울산에 남은 사람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정보기술과 디자인 분야 종사자들은 관련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울산은 자연환경과 생활 여건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반이 더해진다면,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고 울산에서 자신의 일을 이어 가려는 청년들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정 대표의 견해다.

제조도시에서 발견한 가능성

문화적 선택지에 대한 아쉬움과 별개로, 정 대표는 울산의 제조 인프라를 창업에 유리한 조건으로 평가한다. 공업도시인 만큼 다양한 소재를 접할 기회가 있고, 제품 제작에 필요한 기술이나 현장 조언을 구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추고 있다고 본다.

특히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고 여러 방식으로 실험하려는 창업가에게 울산의 제조 기반은 강점이 될 수 있다. 디자인 산업의 기반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쉬움이지만, 정 대표는 오히려 그 안에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많은 사람이 선택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자신이 맡을 역할도 있을 것으로 봤다.

울산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도 다른 지역과 비교해 부족한 부분에만 머물기보다, 자신이 하려는 일을 울산의 여건과 연결해 풀어낼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직접 물건을 만들거나 제품을 개발하는 분야라면 울산의 산업·제조 기반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공칠은 울산의 제조 환경을 디자인과 연결하며 지역에서 작업의 뿌리를 내리는 중이다. 산업도시가 지닌 기술과 소재의 기반을 가구, 조명, 업사이클링 오브젝트로 확장하는 과정이 이어지고 있다.

완벽한 때보다 먼저 내딛는 발걸음

정 대표는 오랜 시간 고민만 이어 가기보다 먼저 행동으로 옮기는 편이라고 말한다.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끝난 뒤 시작하기보다 일단 도전하고, 직접 부딪히면서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접근도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로 시작한 뒤에는 예상과 다른 상황을 만나거나 선택을 후회하는 순간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시도하지 못한 채 계속 망설이는 것보다 직접 경험을 쌓는 편이 낫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하고 싶은 일을 앞에 두고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게 오래 머뭇거리기보다 한 번 도전해 보라는 조언도 전했다.

사공칠의 지난 과정은 작은 오브젝트에서 출발해 조명과 업사이클링 제품, 기업 협업과 해외 판매, 가구와 공간 디렉팅이라는 다음 목표로 이어졌다.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도 가능한 규모의 제품부터 시작해 활동 영역을 차근차근 넓혀 온 셈이다.

여러 오브젝트가 모여 하나의 공간을 이루듯, 울산에서 자리를 지키며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청년 창업가들의 활동도 지역의 디자인과 문화 기반을 구성한다. 정석준 대표와 사공칠은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던 소재를 다시 살피고, 울산의 제조 인프라를 활용해 삶에 스며드는 제품을 만드는 길을 계속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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