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봉우리의 완주 약속

영남알프스에서 펼쳐지는 산악 도전
건강을 관리하고 자신의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달리기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면서 도심과 자연을 가리지 않고 달리는 풍경도 한층 익숙해졌다. 마라톤대회마다 많은 참가자가 출발선에 서는 가운데, 울산 울주군에서는 평탄한 도로가 아닌 산길을 무대로 한 특별한 대회가 열린다.
2026년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사흘간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2026 울주 트레일 나인피크’가 개최된다. 울주군 상북면에 자리한 영남알프스의 산악지형을 활용하는 트레일러닝 대회로, 약 2,900명의 참가자가 각자 선택한 코스에 도전한다.
대회가 열리는 10월 말의 영남알프스에서는 등산화를 신고 산을 오르는 등산객과 함께 가벼운 러닝화와 배낭을 갖춘 트레일러너들을 볼 수 있다. 푸른 하늘 아래 이어지는 산등성이와 가을빛이 번지는 주변 풍경이 대회장을 감싸면서 도심 마라톤과는 다른 현장 분위기를 만든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대회장
대회장 주변에는 검은색 천막이 줄지어 배치되고 참가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과 여러 체험시설이 마련된다. 나무로 만든 독특한 구조물도 눈에 띈다. 사람들이 원형으로 둘러앉을 수 있도록 구성된 시설은 산악 스포츠와 자연환경이 맞닿은 대회의 특성을 공간 안에 보여준다.
중앙 출발선에는 대회 영문 명칭인 ‘ULJU TRAIL NINE PEAKS’가 선명하게 표시돼 있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장기간 이어온 훈련과 준비를 실제 산길 위의 도전으로 바꾸게 된다. 출발선은 순위를 겨루는 경기가 시작되는 지점인 동시에 참가자마다 세워둔 목표를 향해 첫걸음을 내딛는 장소다.
출발을 앞둔 참가자들은 넓은 야외 공간에서 몸을 풀고 장비와 몸 상태를 확인한다. 러닝복을 갖춰 입은 이들이 가볍게 움직이거나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이어진다. 혼자 훈련해 온 참가자들도 현장에서는 비슷한 목표를 지닌 사람들과 만나 준비 과정과 경험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한다.
도로 마라톤과 다른 트레일러닝
트레일러닝은 도심의 평탄한 도로를 중심으로 달리는 일반적인 마라톤과 차이가 있다. 산길과 숲길을 지나야 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자연 지형을 달린다. 같은 거리라도 경사와 노면 상태에 따라 필요한 힘과 소요 시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참가자에게는 달리기 능력만 요구되지 않는다. 긴 오르막을 견딜 근력, 내리막에서 중심을 유지하는 균형감각, 전체 거리에 맞춰 체력과 시간을 나누는 판단이 함께 필요하다. 날씨와 지형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만날 수 있으며, 장거리 종목에서는 어둠 속 산길을 달리는 시간도 생긴다.
긴 코스일수록 초반 속도보다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며 정한 흐름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초반부터 무리하면 남은 거리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 필요할 때 속도를 낮추거나 쉬어가는 판단이 요구된다. 다른 참가자와 경쟁하면서도 자신의 체력과 준비 상태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 이 종목의 특징이다.
여섯 종목으로 나뉜 도전
2026 울주 트레일 나인피크는 참가자의 실력과 목표에 따라 모두 여섯 종목으로 구성된다. 영남알프스의 여러 봉우리를 연결하는 장거리 경쟁 종목부터 첫 도전에 적합한 비교적 짧은 비경쟁 종목까지 선택의 폭을 넓혔다.
| 종목 | 거리 | 운영 방식과 특징 |
|---|---|---|
| 9 PEAKS | 122km | 영남알프스 아홉 봉우리를 연결하는 대표 종목으로 제한시간은 40시간이다. |
| 7 PEAKS | 96km | 일곱 봉우리를 잇는 2026년 신설 종목으로 제한시간은 31시간이다. |
| 5 PEAKS | 45km | 경쟁 종목으로 운영된다. |
| 2 PEAKS | 26km | 경쟁 종목으로 운영된다. |
| 1 PEAK | 12km | 비교적 짧은 비경쟁 종목이다. |
| 키즈트레일 | 9km | 가족이 함께 참가할 수 있는 비경쟁 종목이다. |
대표 종목인 9 PEAKS는 122km에 걸쳐 아홉 봉우리를 잇는다. 마라톤 풀코스의 거의 세 배에 가까운 거리를 평탄한 도로가 아니라 산악지형에서 달려야 하며, 주어진 40시간 안에 코스를 마쳐야 한다.
2026년에 새롭게 선보이는 7 PEAKS는 일곱 봉우리를 연결하는 96km 코스다. 제한시간은 31시간이다. 이 밖에 45km의 5 PEAKS와 26km의 2 PEAKS가 경쟁 종목으로 편성됐다.
입문자와 가족 단위 참가자가 선택할 수 있는 코스도 있다. 12km의 1 PEAK와 9km의 키즈트레일은 순위 경쟁을 중심에 두지 않는 비경쟁 종목으로 운영된다. 트레일러닝 경험이 많은 참가자뿐 아니라 산악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도 자신의 수준에 맞춰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구성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체력 배분
122km 장거리 코스에서는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능력만으로 전체 여정을 설명하기 어렵다. 참가자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듭 통과하면서 현재의 체력과 앞으로 남은 거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다른 참가자를 앞지르는 것보다 자신이 계획한 속도를 끝까지 유지하는 일이 완주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참가 목적도 서로 다르다. 자신의 기존 기록을 단축하려는 사람이 있고, 과거에 완주하지 못한 코스에 다시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첫 출전자에게는 제한시간 안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분명한 목표가 된다.
나이나 달리기 경력 한 가지만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대회도 아니다. 산악지형에서 필요한 체력과 경험, 대회를 앞두고 이어온 준비가 함께 작용한다. 참가자들은 경기 중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고 남은 구간을 고려해 속도와 휴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경쟁 상대가 다른 참가자인 동시에 자기 자신이라는 점은 울주 트레일 나인피크의 성격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기록과 순위는 남지만, 참가자마다 정해둔 목표와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완주 과정의 의미도 각자 다르게 쌓인다.
경기와 체험이 함께하는 현장
대회 기간에는 산악 달리기뿐 아니라 참가자와 방문객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트레일 엑스포와 각종 체험 부스, 클라이밍 프로그램이 마련되며 밤에는 별빛 시네마와 달빛 휴식 공간이 문을 연다.
지역 업체가 참여하는 먹거리 공간도 대회 현장을 구성하는 요소다. 참가자가 산길에 도전하는 동안 가족과 방문객은 영남알프스 주변에 마련된 프로그램을 이용하며 울주 지역을 경험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와 체험, 휴식, 지역 먹거리가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구성이다.
- 트레일러닝 관련 전시와 체험을 만날 수 있는 트레일 엑스포
- 방문객이 참여할 수 있는 각종 체험 부스
- 신체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클라이밍 프로그램
- 야간에 운영되는 별빛 시네마와 달빛 휴식 공간
- 지역 업체들이 참여하는 먹거리 공간
대회장에서는 경기를 준비하는 참가자와 응원에 나선 동행인, 프로그램을 둘러보는 방문객의 움직임이 이어진다. 산을 달리는 경기와 주변 체험 행사가 함께 진행되면서 영남알프스를 중심으로 한 스포츠 축제의 모습을 갖춘다.
울주의 산악자원을 달리다
영남알프스는 울주군을 대표하는 산악관광 자원이다. 가지산과 신불산, 간월산을 비롯한 높은 산들이 이어지며 계절에 따라 서로 다른 경관을 보여준다. 가을에는 능선을 채운 억새와 단풍이 어우러져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울주 트레일 나인피크는 이러한 산악지형을 경기의 핵심 무대로 활용한다. 참가자들은 포장된 도로가 아닌 영남알프스의 능선과 산길을 통과하며 각 종목에 지정된 거리를 달린다. 아홉 봉우리를 모두 잇는 장거리 도전자와 하나의 봉우리를 향해 첫걸음을 내딛는 참가자가 같은 대회 안에서 출발한다.
지역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종목을 세분화한 만큼 참가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준비 정도에 맞춰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장거리 경험자는 9 PEAKS나 7 PEAKS에 도전할 수 있고, 비교적 짧은 거리부터 시작하려는 참가자는 1 PEAK 또는 키즈트레일을 선택할 수 있다.
국제대회로 이어지는 기회
9 PEAKS 종목은 국제 산악 달리기 대회와도 연결된다. 9 PEAKS 상위 완주자 50명에게는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2027년 TOR330 대회 참가 자격과 연계되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에 따라 울주에서 아홉 봉우리를 달리는 도전은 국내 대회의 완주와 기록 경쟁에 그치지 않고 국제무대로 이어질 수 있는 과정이 된다. 참가자들은 영남알프스 산악 코스에서 실력을 겨루고, 상위 완주자는 다음 단계의 도전 기회를 얻게 된다.
완주자가 되기까지
대회장에는 ‘I AM A FINISHER’라는 문구가 적힌 공간이 마련된다. 이곳에는 참가자들이 남긴 응원과 다짐이 빼곡하게 채워진다. ‘나는 완주자다’라는 의미를 담은 짧은 문구는 순위와 별개로 결승선에 도달하려는 참가자들의 목표를 나타낸다.
모든 참가자가 우승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누군가는 훨씬 긴 시간을 산에서 보낸 뒤 도착한다. 122km의 아홉 봉우리를 달리는 사람과 12km 한 봉우리를 목표로 출발하는 사람의 거리도 다르다. 그러나 각 참가자는 자신이 선택한 코스 안에서 준비한 체력과 판단력을 직접 확인하게 된다.
산길에서는 훈련의 정도와 어려움을 견디는 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리는 선택이 그대로 드러난다. 오르막에서는 속도가 낮아질 수 있고 내리막에서는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긴 코스에서는 남은 거리와 시간을 계산하면서 체력을 나눠 써야 한다.
완주는 단순한 도착 장면이 아니라 준비와 도전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다. 기록은 수치로 남고, 결승선을 통과한 경험은 다음 목표를 향한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영남알프스의 아홉 봉우리를 모두 달리는 참가자와 첫 산악 달리기에 나선 참가자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대회의 성격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가을 영남알프스가 품은 스포츠 축제
2026 울주 트레일 나인피크는 울주의 산악자원을 활용하는 트레일러닝 대회이자 서로 다른 목표를 지닌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다. 약 2,900명의 참가자는 여섯 종목 가운데 자신의 수준과 계획에 맞는 코스를 선택해 산길에 오른다.
경쟁 종목에서는 순위와 기록을 겨루고, 비경쟁 종목에서는 가족과 입문자도 산악 달리기를 경험할 수 있다. 대회장 주변에서는 체험과 휴식 프로그램이 운영돼 참가자뿐 아니라 동행한 가족과 방문객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을빛이 번지는 영남알프스 능선 아래에서 참가자들은 각자 정한 목표를 향해 출발한다. 누군가는 기록 단축을, 누군가는 재도전을, 또 다른 누군가는 생애 첫 완주를 바라본다. 서로 다른 출발 이유를 품은 이들이 같은 산길을 달리며 2026년 울주의 가을을 채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