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생로가 빛난 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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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생로가 빛난 이틀

울산 남구 달동의 왕생로와 문화공원이 2026년 10월 3일부터 4일까지 차 없는 축제 공간으로 변신했다. 전년도까지 태화강에서 열렸던 빛축제는 올해 무대를 왕생로로 옮겨 ‘왕생로 빛거리축제’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을 만났다.

평소 차량이 오가는 남구청 앞 도로는 보행자를 위한 거리로 개방됐다. 체험 부스와 플리마켓, 포토존, 거리 공연이 도로를 채웠고, 인접한 문화공원에는 메인 무대와 놀이기구, 빅미러볼, 푸드트럭이 마련됐다. 도로와 공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구성이 축제의 중심을 이뤘다.

왕생로와 문화공원 두 구역

축제장은 크게 왕생로 도로 구간과 문화공원 구역으로 나뉘었다. 왕생로에는 체험 부스와 청년몰, 공예품 판매 공간, 거리 공연장, 포토존이 이어졌다. 문화공원에서는 메인 공연과 놀이기구, 먹거리 공간, 야간 조명 전시를 즐길 수 있었다.

남구청 사거리 인근 입구에는 축제를 알리는 아치가 설치됐고, 그 아래로 반짝이는 캐노피가 길게 이어졌다. 도로 위에는 부스와 테이블이 배치됐다. 유모차를 끄는 가족부터 연인과 친구 단위 방문객까지 다양한 시민이 차 없는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도로 중앙의 원목 스탠딩 테이블 위에는 전구 줄 조명이 걸렸다. 낮에는 휴식과 간식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됐고, 밤이 되자 따뜻한 불빛이 더해지며 거리의 인상을 바꿨다. 가을빛이 들기 시작한 가로수와 구름 사이로 드러난 파란 하늘도 낮 시간대의 차분한 풍경을 만들었다.

왕생로 이름을 살린 축제

문화공원 산책로 입구에는 ‘왕생이길’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왕생로는 ‘왕이 날 기운이 있는 땅’이라는 뜻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소개됐다. 축제장 곳곳에는 이 이름에서 착안한 왕과 임금의 이미지를 활용해 행사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대표 공간은 일월오봉도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배경과 용상 형태의 의자로 꾸민 임금 포토존이었다. 의자 등받이와 팔걸이에는 금색 용 장식이 더해졌고, 양옆에는 사각 등이 배치됐다. 인근 의상실에서는 황색 곤룡포와 학 흉배가 달린 파란 관복 등 여러 의상을 빌려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맞은편에는 ‘누가 왕이 될 상인가?’라는 참여형 그림 벽이 설치됐다. 얼굴 윤곽만 그려진 칸에 방문객이 각자 상상한 왕의 얼굴을 완성하는 방식이었다.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펜을 들고 그림을 채우면서 관람 공간이 자연스럽게 시민 참여 공간으로 확장됐다.

플리마켓과 청년 상점

줄무늬 차양을 단 원목 부스는 왕생로를 따라 길게 배치됐다. 의류와 양말, 인형을 비롯한 생활 소품부터 반려동물 수제 간식까지 여러 품목이 판매됐다.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 판매자와 방문객이 마주하는 거리형 장터의 모습을 보였다.

신정 평화시장 청년몰에서는 책피다, 순수꽃차, 구름솜 등 청년 상점이 참여했다. 어린이를 위한 제품도 다양하게 진열됐다. 울산 남구 공예협회 부스에서는 도자기와 유리공예 작품, 수제 그릇과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등을 선보였다. 손으로 완성한 작품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어 플리마켓과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지역 청년 상점과 공예인, 왕생로 상권을 축제 동선 안에 함께 배치한 점은 거리축제의 의미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시민이 공연만 관람하고 떠나는 방식이 아니라 주변 상점과 골목을 함께 둘러보도록 구성됐다.

도로 위 무료 체험

축제 현장에는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체험 부스가 다수 운영됐다. 가장 넓은 풍경을 만든 곳은 분필 그리기 구역이었다. 평소 자동차가 다니던 아스팔트에 방문객이 앉아 그림과 글씨를 자유롭게 남겼다. 오후 늦게는 도로 바닥이 여러 색의 그림과 문구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비눗방울 놀이터에서는 막대를 비눗물에 담갔다가 휘둘러 큰 비눗방울을 만드는 체험이 이어졌다. 얼굴 크기만 한 비눗방울이 도로 위로 떠오르자 아이들이 움직임을 따라 달렸고, 주변 관람객도 그 장면을 지켜봤다.

인근에서는 박스로 만든 자이언트 젠가와 디지털 타투를 체험할 수 있었다. 색지 컬러링 부스에서는 어린이들이 테이블에 앉아 색칠에 집중했다. ‘왕생로에 바란다!’ 메모 보드에는 시민들이 왕생로에 바라는 내용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였다. 놀이와 체험, 시민 의견 수렴이 한 공간에서 함께 진행된 셈이다.

거리에서 이어진 공연

왕생로에서는 곤룡포를 입은 출연자가 기둥 하나를 잡고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무중력 인간’ 공연이 펼쳐졌다.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만난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바라보거나 사진을 남겼다.

왕생로 운영본부 앞에서는 버스킹이 이어졌다. 차량의 주행음이 사라진 도로를 노랫소리가 채우면서 평소 왕생로와 다른 분위기가 형성됐다. 공연과 체험 부스를 걸어서 오갈 수 있어 관람객은 별도의 이동 수단 없이 축제 프로그램을 연속해서 즐길 수 있었다.

10월 3일에는 DJ 공연과 김수혜·힐링스토리의 버스킹, 구립 교향악단, 구립 합창단, 싸비의 무대가 편성됐다. 오후 7시 개막식에는 EG싱어즈와 민경훈이 출연했다. 거리에서는 무중력 인간, 팀 퍼니스트, 이영아·이하실·신밴의 버스킹이 진행됐다.

10월 4일에는 DJ 공연과 뮤직레인·박재형의 버스킹, 소년소녀합창단, 소향의 공연이 마련됐다. 왕생로에서는 무중력 인간과 팀 퍼니스트, 거리노래방, 루넬-포스트맨, 마린보이, 김민지의 버스킹이 이어졌다. 문화공원 무대와 왕생로 거리 공연은 별도 일정으로 운영돼 관람객이 시간에 맞춰 두 구역을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문화공원에 마련된 즐길 거리

문화공원 산책로에는 레드카펫이 깔렸고 머리 위에는 여러 색의 가랜드가 이어졌다. 비눗방울이 날리는 산책로 양쪽에는 조명 장비가 설치돼 낮에는 사진 촬영 공간으로, 밤에는 빛길로 활용됐다. 잔디밭에는 야간에 불이 들어오는 토끼 조명도 놓였다.

공원 광장에는 ‘문화랜드’라는 이름으로 회전목마와 회전 티컵이 운영됐다. 이용요금은 기구당 2천 원이었다. 어린이가 타기 좋은 아담한 규모였으며 오후부터 이용객의 줄이 이어졌다. 해가 진 뒤 놀이기구에 조명이 켜지면서 광장은 작은 놀이공원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광장 중앙에는 낮 동안 포장재로 감싼 둥근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다. 밤에 공개된 구조물은 빅미러볼이었다. 주변 조명과 오가는 시민의 모습이 반사면에 여러 조각으로 비치며 야간 축제의 대표적인 볼거리가 됐다.

공원 메인 무대에서는 낮 시간 DJ 공연이 진행됐다. 무대 뒤 대형 화면에는 노을이 지는 밀밭 영상이 흘렀다. 가을의 계절감과 음악이 어우러지며 저녁 공연을 기다리는 시간에도 무대 주변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밤이 되자 열린 빛거리

해가 진 뒤 왕생로는 낮과 전혀 다른 빛의 거리로 전환됐다. 가로수에는 보라색과 분홍색 조명이 비쳤고, 서치라이트는 밤하늘을 향해 뻗었다. 입구의 반짝이 캐노피도 조명을 받아 여러 색으로 빛났다.

가로등 주변에서는 인공 눈이 흩날렸다. 조명 색이 바뀔 때마다 눈송이는 파란빛과 보랏빛으로 다르게 보였다. 10월의 거리 위에 펼쳐진 인공 눈 장면은 빛거리축제의 야간 연출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낮에 운영된 청년몰과 플리마켓 부스에도 전구가 켜지면서 야시장과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밤이 깊어질수록 방문객이 늘었고, 파라솔 아래 테이블도 시민들로 채워졌다. 문화공원 광장에는 줄 조명의 노란 불빛이 퍼졌으며 쉬어 가는 사람과 공간을 이동하는 사람이 계속 교차했다.

저녁 7시가 가까워지자 문화공원 메인 무대 앞은 개막식을 기다리는 시민으로 가득 찼다. 뒤쪽까지 관람객이 빼곡히 섰고,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 앞에는 휴대전화 화면의 불빛이 이어졌다. 첫날 주요 출연자인 민경훈의 무대는 대형 화면으로도 중계돼 뒤쪽 관람객도 공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구역에서 만난 먹거리

왕생로 한쪽에는 푸드트럭이 줄지어 자리했다. 감자튀김과 회오리 감자 등 간식 메뉴가 판매됐으며 가격은 4천 원에서 6천 원 선이었다. 맞은편에는 흰색 파라솔과 테이블이 마련돼 방문객이 구입한 음식을 앉아서 먹을 수 있었다.

문화공원 안에도 별도의 푸드트럭이 운영됐다. 왕생로와 문화공원 양쪽에 먹거리 공간을 둬 어느 구역을 관람하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간식을 구매하고 쉬어 갈 수 있도록 했다.

상권과 연결한 스탬프 투어

이번 축제는 행사장 내부 프로그램과 왕생로 주변 상권을 연결하는 스탬프 투어도 운영했다. 축제 팸플릿 뒷면에는 ‘왕·생·로’ 세 글자에 맞춘 참여 항목이 마련됐다.

  • 왕 임금 포토존에서 사진 촬영
  • 생 행사 기간 왕생로 상가에서 1만 원 이상 이용한 영수증 확인
  • 로 설문 참여

세 항목을 완료한 참가자에게는 하루 선착순 200명까지 피크닉 돗자리를 제공했으며, 경품은 축제 운영본부에서 배부했다. 팸플릿에는 ‘빛나는 왕생로, 골목골목 즐기기’라는 제목으로 A·B·C 구역별 참여 카페와 식당도 정리됐다.

축제 관람객의 발길을 인근 카페와 음식점으로 연결한 운영은 지역 상권과 함께하는 거리축제의 방향을 보여줬다. 포토존과 설문, 상가 이용을 하나의 참여 과정으로 묶어 왕생로 곳곳을 자연스럽게 둘러보도록 했다.

낮과 밤이 다른 왕생로

낮의 왕생로는 어린이의 웃음소리와 체험 활동이 중심이 되는 가족형 축제 공간이었다. 분필 그림과 비눗방울, 컬러링, 놀이기구가 도로와 공원을 채웠다. 밤에는 조명과 인공 눈, 빅미러볼, 공연이 중심이 되면서 천천히 걷고 사진을 남기는 빛거리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차량이 다니던 도로를 시민에게 돌려주고, 문화공원과 주변 상권까지 하나의 축제 동선으로 연결한 것이 행사의 핵심이었다. 왕생로 빛거리축제는 이틀 동안 공연과 체험, 청년 상점, 공예, 먹거리, 야간 조명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며 도심 거리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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