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동 골목에 번진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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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동 골목에 번진 활기

울산광역시 남구가 침체한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역 곳곳에서 릴레이 골목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별 특색을 반영한 공연과 먹거리, 플리마켓, 스탬프 투어를 한데 묶어 주민과 상인, 방문객이 골목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구성한 행사다.

2026년 10월 23일부터 24일까지 삼호동 어은로와 곱창거리 일대에서 ‘궁거랑 낭만축제’가 열린 데 이어, 10월 29일부터 30일까지는 울산과학대학교 후문과 정골공원 일원에서 ‘2026 무거 사랑 가을의 향연 대학로 축제’가 개최됐다.

대학로와 상인이 함께 만든 축제

‘무거 사랑 가을의 향연’은 골목상권 활성화와 자생력 강화를 위해 마련됐으며, 대학로 상가번영회가 주관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행사는 상인회와 대학생, 지역 주민이 협업해 기획했다.

무대 공연과 플리마켓에도 대학생과 인근 주민들이 직접 참여했다. 상권을 주로 이용하는 대학생이 행사의 관람객에 머물지 않고 프로그램의 한 축을 맡았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정골공원 주변과 대학로 골목에는 공연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플리마켓을 둘러보거나 인근 상점을 찾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골목을 단순한 소비 공간에 그치지 않고 주민과 대학생, 상인이 함께 문화를 만드는 생활 공간으로 연결한 것이 이번 축제의 핵심이다. 무거동의 이야기를 알리고 문화가 있는 마을을 조성하려는 취지도 행사에 담겼다.

무거동 지명에 담긴 이야기

행사장에서는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발자취와 무거동 지명에 얽힌 전설도 소개됐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경순왕은 신라시대 울산을 가리키던 이름 가운데 하나인 계변을 찾았다.

불교에서 문수산은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이 머무는 곳으로 여겨졌다. 경순왕이 문수산으로 향하던 길에는 남루한 차림의 동자가 나타났고,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길을 걸었다.

왕은 동자에게 왕의 행차를 보았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일렀다. 말없이 걷던 동자는 잠시 왕을 돌아본 뒤 “문수를 보았다고 말하지 마십시오”라는 뜻의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그 말을 들은 왕은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동자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왕은 한곳에 머물러 ‘헐 수 없다’며 탄식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무거와 헐수정이라는 지명의 유래로 전해지는 전설이다. 축제는 지역 상권을 알리는 데 더해 무거동이 간직한 이야기를 주민과 방문객에게 전하는 자리로도 꾸려졌다.

거리음악회로 채운 대학로

행사는 기념식과 무대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버스킹을 비롯한 거리음악회가 펼쳐지며 대학로에 활기를 더했다. 관람객들은 정골공원 주변에 머물러 공연을 지켜봤고, 음악이 이어지는 동안 골목 곳곳에도 축제 분위기가 번졌다.

대학생 장기 자랑을 비롯해 대학로의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대학생과 주민이 직접 참여한 공연은 학교 주변 상권과 지역 공동체를 잇는 행사 취지를 드러냈다.

공연이 사람을 골목으로 이끌고, 골목을 찾은 발길이 다시 주변 상점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행사 프로그램 안에 담았다. 거리음악회와 상가 이용 행사가 같은 공간에서 진행되면서 대학로 일대는 평소와 다른 풍경을 보였다.

상점 이용과 연결한 스탬프 행사

무거동 대학로 상가 투어 지도를 활용한 스탬프 행사도 진행됐다. 지도에 포함된 상점 가운데 3곳을 이용하고 스탬프를 모은 참가자에게 선착순 100명까지 1만 원 할인권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상점 방문을 행사 참여 과정에 포함해 축제의 유동 인구가 실제 골목상권 이용으로 연결되도록 구성했다. 공연 관람과 플리마켓 방문, 상점 이용을 하나의 동선으로 엮으면서 참가자들이 대학로 곳곳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여덟 개 부스에 펼쳐진 플리마켓

플리마켓은 8개의 나무 부스로 꾸려졌다. 각 부스에서는 의류와 소품, 액세서리 등 다양한 물품을 살펴볼 수 있었으며,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벼룩시장 형태로 운영됐다.

부스 앞에서는 진열된 물품을 찬찬히 살펴보는 방문객과 판매자 사이의 대화가 이어졌다. 규모가 큰 판매 행사보다는 골목과 공원 공간에 어울리는 장터의 모습이 두드러졌으며, 공연을 본 뒤 플리마켓을 둘러보는 방문객들의 동선도 이어졌다.

이틀 동안 진행된 공연과 상가 투어, 플리마켓은 서로 분리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대학로 상권을 중심으로 연결됐다. 주민과 대학생이 참여하고 상인이 함께 준비한 만큼, 지역 구성원이 골목상권 활성화에 직접 힘을 보태는 행사로 운영됐다.

11월까지 이어지는 릴레이 축제

남구의 릴레이 골목축제는 무거동 행사 이후에도 계속된다. 2026년 11월 14일부터 15일까지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일대 관광지와 상권에서는 관광지 및 맛집 스탬프 투어가 진행될 예정이다.

남구는 2024년부터 골목상권의 인지도를 높이고 상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사를 추진해 왔다. 삼호동 어은로와 곱창거리, 무거동 대학로,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처럼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지역을 릴레이 방식으로 연결한 것도 이러한 흐름의 하나다.

지역의 이야기와 공연, 장터, 상점 이용을 결합한 이번 행사는 골목상권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남구는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상권의 자생력을 높여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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