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식힌 배내골 물놀이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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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식힌 배내골 물놀이의 즐거움

무더위 식힌 배내골 물놀이의 즐거움

8월 말, 폭염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태양은 여전히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습니다. 산악회 회원들은 무더위를 피해 산행 대신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에 위치한 배내골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바라본 영남알프스의 능선은 여전히 유장했고, 울창한 숲은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 햇빛은 잘게 부서져 내려앉았으며, 산에서 내려온 바람에는 서늘한 물기와 나무 냄새가 묻어 있었습니다.

배내골은 개울 곁에 야생 배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으로, 물과 숲이 어우러진 울주의 대표적인 피서지입니다. 영남알프스의 고봉들이 사방을 둘러싸 깊은 골짜기를 이루고 있어 하늘은 한층 낮아 보였습니다. 산과 산 사이를 비집고 흐르는 맑은 계곡물은 바위를 어루만지며 제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계곡물에서 물놀이를 즐기기 전, 산악회 회원들은 오랜만에 족구 경기를 펼쳤습니다. 폭염을 피해 산골짜기에 모인 이들은 공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어린아이처럼 웃고 소리치며 응원했습니다. 팀을 나누어 진행된 경기에서는 젊은 후배들이 포진한 4조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어진 제기차기와 신발 던지기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으며, 승부보다 함께 웃고 즐기는 시간이 더욱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점심 식사는 닭백숙으로 푸짐하게 준비되었고, 술잔이 오가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따뜻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같은 길을 걸어온 동호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식사 후 계곡으로 내려가자 오전의 한산함은 사라지고 가족 단위 피서객들로 가득 찼습니다. 아이들은 물가로 뛰어들었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물속에 들어갔습니다. 물장구 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계곡과 숲을 가득 채웠습니다. 보트를 타고 물살을 가르는 이들도 있었고, 그늘에 파라솔을 펴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산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거나 물에 발을 담근 채 계곡의 소리를 듣는 이들의 모습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무더위를 식히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계곡물에 몸을 담그자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온몸을 감싸며 뜨거웠던 몸과 마음을 서서히 식혔습니다. 자연은 돈을 받고 쉼을 파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산은 바람을 막아주는 벽이 되고, 나무는 햇볕을 가려주는 지붕이 되었습니다. 바위 사이를 흐르는 물은 놀이터가 되었고, 물소리는 지친 마음을 씻어주는 위로가 되었습니다. 자연은 오랜 세월 사람을 위한 가장 오래된 물놀이장이었습니다.

일곱 살, 네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아이들이 물을 튀길 때마다 부모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고, 넓게 가지를 펼친 나무는 가족을 위한 커다란 지붕이 되어주었습니다.

계곡물은 바위에 부딪혀 하얀 물비늘을 만들며 흘러갔고, 그 길을 묻지 않았습니다. 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는 일임을 배내골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배내골은 깊고 넓었습니다. 사자평과 무장공비 지휘소가 보일 듯한 영남알프스 능선이 사방을 둘러싸고, 맑은 물이 긴 골짜기를 따라 흐르고 있었습니다. 어디를 바라보아도 산과 숲, 그리고 하늘뿐이었습니다. 사람은 그 거대한 자연의 품에 잠시 머무는 작은 존재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서로가 그늘이 되고 물이 되어주며 한 계절을 견디는 모습은, 누군가에게는 지친 마음을 식혀주는 존재가 되는 것임을 의미했습니다. 물처럼 제 길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생각하게 하는 배내골의 물놀이는 무더위를 피해 찾은 이들에게 소중한 쉼과 위로를 선사했습니다.

계곡을 떠나는 길, 맑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에서 조금 느려지는 법과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그늘이 되어주는 따뜻함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물소리는 오래도록 귀에 남아, 계곡이 건네준 맑고 서늘한 위로처럼 쉽게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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