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천 암각화서 만난 시간의 향음

폭염 속 반구천에서 펼쳐진 시간 여행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울산 울주군 반구천 계곡에서는 특별한 시간 여행이 펼쳐졌다. 6세 어린이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한 이번 트레킹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 암각화와 반구구곡을 따라 걷는 체류형 여행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은 수천 년 전 선사인들의 삶과 자연을 직접 체험하며 깊은 감동을 나눴다.
바위그림에 담긴 선사인의 삶과 자연
이번 프로그램은 ㈜희품씨가 운영하는 ‘울주 돌 반구 문화 향음(鄕音)-바위 문화 체험과 시간 여행’으로, ‘2026 함께마을여행 울주형 관광사업’에 선정되었다. 참가자들은 세계 여러 지역의 바위그림을 연구해 온 장석호 박사의 안내로 대곡리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 그림 등 선사시대 바위그림의 서사적 의미를 배웠다. 고래의 생태를 세밀하게 반영한 그림은 단순한 낙서가 아닌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신앙, 공동체 문화를 전하는 가장 오래된 그림 언어임을 확인했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와 만나는 현장
트레킹 코스 중 집청정 앞에서는 조선시대 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 ‘반구’의 실제 풍경이 펼쳐졌다. 대곡천의 기암절벽과 굽이치는 물길, 그리고 집청정의 고즈넉한 모습이 그림 속 장면과 겹쳐지며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으며 옛 선비들의 풍류를 느꼈다.
보고 듣고 만들고 맛보는 울주의 문화 체험
‘향음’ 프로그램은 단순한 걷기를 넘어 암각화 속 동물을 직접 그려 유리컵과 그림책으로 완성하는 체험 활동과 함께, 언양읍성, 방천길, 언양지석묘, 오영수문학관, 언양성당 등 울주의 역사적 명소를 방문하며 지역의 골목과 향토음식까지 경험하는 다채로운 여행이다. 참가자들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들고, 입으로 맛보는 다감각적 체험을 통해 울주의 깊은 역사와 문화를 몸소 느꼈다.
세계유산 반구천 암각화의 가치와 의미
202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반구천 암각화는 대곡리와 천전리 암각화를 포함하며, 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 이어진 사람들의 삶과 사상을 바위그림과 문자 기록을 통해 보여준다. 이 유산은 단순한 바위그림을 넘어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문화적 풍경으로, 당시 생태환경과 공동체 생활, 신앙과 의례를 상징하는 중요한 기록이다.
참가자들의 뜨거운 반응과 의미 있는 여정
폭염 속에서도 참가자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완주를 다짐했다. 어린이의 작은 발걸음과 어르신의 묵직한 걸음이 한데 어우러진 이 길에서, 반구천의 물소리와 숲의 바람, 그리고 바위에 새겨진 오래된 그림 언어가 하나의 ‘향음(鄕音)’으로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다. 이번 여정은 울주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를 생생한 여행으로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