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국악관현악단 20주년 대바람 소리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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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국악관현악단 20주년 대바람 소리 연주회

처용국악관현악단 20주년 기념 정기연주회 현장

초여름의 따스한 6월 저녁, 울산문화예술회관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공연장에 들어서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각기 다른 표정이었지만, 모두가 마음 한켠에 기다림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번 연주회는 창단 20주년을 맞은 처용국악관현악단의 제23회 정기연주회로, ‘대바람 소리’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공연은 단순한 음악 감상을 넘어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내면의 자신을 다시 만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음악으로 전하는 깊은 울림과 감동

객석의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무대 위에 정적이 감돌자, 첫 음이 허공을 가르며 울려 퍼졌습니다. 처용국악관현악단의 연주는 몸과 마음에 스며드는 듯한 선율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습니다. 음악은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피부로 느끼고 가슴으로 번지는 감동이었습니다.

지휘자 박범훈은 음악이란 설명보다 먼저 마음에 닿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첫 곡 ‘축연무’가 시작되자 그 말이 실감났습니다. 힘차고 활기찬 선율은 축제의 문을 활짝 열었고, 장단은 생명력 넘치게 객석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어진 자진모리와 엇모리장단에서는 타악기의 생동감이 무대를 가득 메웠으며, 대금, 피리, 해금, 가야금, 거문고, 아쟁, 북, 징 등 다양한 국악기들이 서로의 숨결을 받아 하나의 거대한 음악의 강물을 이루었습니다. 55명의 연주자들은 각기 다른 음색을 내면서도 하나의 호흡으로 완벽한 조화를 이뤘습니다.

국경을 넘어선 얼후 협주곡 ‘향’

얼후 협주곡 ‘향’에서는 박두리나 교수의 섬세한 연주가 돋보였습니다. 얼후의 선율은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듯 부드럽게 흐르며 관객들의 마음속 깊은 추억을 조용히 불러냈습니다.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향기와 같았습니다.

가야금 협주곡 ‘가야송’과 서도소리 합주곡

가야금 협주곡 ‘가야송’에서는 김일륜 명인의 손끝에서 울려 나오는 25줄의 선율이 마치 시간을 켜는 듯한 깊은 울림을 선사했습니다. 가야금의 소리는 화려함보다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깊고 단단한 전통의 무게를 담고 있었습니다.

서도소리 합주곡은 한민족의 슬픔과 희망을 노래했습니다. 유지숙 명창의 목소리는 황해도의 바람을 품고 객석을 감싸며, 최경만 명인의 피리는 사람의 목소리보다 더 절절하게 가슴을 울렸습니다. ‘간아리’의 애잔함에서 ‘자진아리’와 ‘난봉가’의 흥겨움으로 이어지며, 슬픔이 흥으로 승화되는 우리 민족의 삶을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장사익의 ‘늦게 핀 찔레꽃’ 무대

두 번째 무대는 장사익의 ‘늦게 핀 찔레꽃’이었습니다. 그의 무대에 오르자 공연장의 공기는 한층 무거워지고 진지해졌습니다. 장사익의 목소리는 꾸밈없이 진솔했고, 세월의 깊이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의 노래는 단순한 가창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찔레꽃’이 흐르자 객석은 숨소리조차 아끼며 집중했고, 관객들은 각자의 추억과 감정을 떠올렸습니다. 어머니의 헌신과 가족을 위한 희생, 젊은 시절과 떠나보낸 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노랫말 사이로 스며들었습니다.

이어진 ‘국밥집에서’, ‘꽃구경’, ‘봄날은 간다’, ‘그리운 강남’ 등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담담하게 노래하며, 국악관현악의 따뜻한 선율과 어우러져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습니다.

국악이 전하는 삶의 메시지

오늘날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 높이, 더 빨리, 더 많이를 추구하는 가운데 자신의 내면 소리를 잊고 지내기 쉽습니다. 그러나 국악은 속도를 늦추고 바람 소리와 사람의 숨결,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조용히 손을 내밀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음악은 관객들의 가슴속에서 계속 울려 퍼졌습니다. 20년 동안 전통을 지키며 오늘의 언어로 새롭게 노래해 온 처용국악관현악단의 ‘대바람 소리’는 우리 정서를 깨우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며, 삶을 다시 사랑하게 만드는 따뜻한 울림이었습니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발걸음은 들어올 때와 달랐습니다. 음악은 세상을 바꾸기 전에 한 사람의 마음을 먼저 바꾸고, 그렇게 바뀐 마음이 또 다른 마음을 깨우는 힘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했습니다.

공연 장소

울산문화예술회관
울산광역시 남구 번영로 200

처용국악관현악단 20주년 대바람 소리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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