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천철장에 올린 차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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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철장에 올린 차 한잔

달천철장에서 열린 네 번째 추모 의식

조선 후기 달천에서 철을 찾아낸 구충당 이의립 선생을 기리는 제4회 역사추모 차문화제와 헌다례가 2026년 10월 22일 오전 11시 울산 북구 달천철장유적공원에서 열렸다.

울산광역시차인연합회가 주최하고 울산광역시가 후원한 이날 행사는 지역의 철 문화와 전통 차 문화를 한자리에서 되새기는 추모의 장으로 마련됐다. 가을빛이 내려앉은 공원에서는 화려함보다 절제된 분위기 속에 의식이 이어졌다.

행사명제4회 역사추모 차문화제 구충당 이의립 선생 추모 헌다례
일시2026년 10월 22일 목요일 오전 11시
장소달천철장유적공원
주최울산광역시차인연합회
후원울산광역시

쇠부리소리로 연 추모 무대

행사에 앞서 울산쇠부리소리보존회가 쇠부리 불매소리 공연을 선보였다. 쇠부리소리는 옛사람들이 쇠를 녹이기 위해 풀무질하며 부르던 노동요로, 울산시 무형유산이다.

철을 찾아내고 토철을 녹이는 방법을 마련한 이의립 선생의 삶을 기리는 자리에서 울산 철 문화의 흔적을 품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동의 장단으로 시작한 공연은 이날 추모 행사가 지닌 역사적 의미를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차를 올리며 정성을 전하다

헌다례는 맑게 우린 차에 정성을 담아 올리는 의식이다. 명절에 지내는 차례는 한자로 차 차 자와 예도 례 자를 쓰는 차례다. 신라와 고려 때에는 조상이나 부처에게 실제로 차를 올렸고, 조선시대에 들어 술을 주로 사용하게 된 뒤에도 차례라는 이름은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이날 헌다례는 손정숙 고문의 지도로 진행됐다. 차를 올리는 차인들이 광장으로 들어서자 울산 북구 여성합창단이 부르는 노래 ‘하늘’이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미색 한복과 흰 장갑을 갖춘 차인들은 한 줄을 이뤄 천천히 입장했고, 차분한 움직임과 합창이 어우러지며 경건한 장면을 만들었다.

차선옥 울산광역시차인연합회장이 먼저 차를 올린 뒤 회원들이 차례로 헌다했다. 참석자들은 정돈된 동작으로 차를 올리며 이의립 선생의 뜻과 수고를 기렸다.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공원 광장에는 말보다 행동으로 예를 표하는 절제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달천에서 철을 찾은 이의립 선생

이의립 선생은 조선 후기 달천에서 철을 다시 찾아낸 인물이다. 두서면 전읍리에서 태어난 그는 스물여섯 살 무렵부터 철을 찾아 백두산과 금강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를 10년 넘게 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1657년 지금의 달천에서 철을 발견한 뒤 토철을 녹이는 방법까지 알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무기와 농기구, 솥 등을 만들어 나라에 바쳤으며, 그 공을 인정받아 임금으로부터 ‘충을 구한다’는 뜻의 구충당이라는 호를 받았다.

울산쇠부리축제에서 재현하는 제철 방식도 이의립 선생이 마련한 무쇠 제조법과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달천철장과 이의립 선생의 역사는 울산 북구가 간직한 철 문화의 중요한 뿌리로 평가된다.

철 문화와 차 문화가 만난 자리

행사에서는 울산의 철 문화가 지역 발전의 뿌리라는 점과 함께 차 문화를 통해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뜻이 제시됐다. 울산광역시장의 축사도 전해졌다.

북구문화원장은 달천철장을 울산이 산업도시로 성장하는 데 바탕이 된 살아 있는 역사 현장으로 설명하며, 이곳에서 헌다례가 열린 데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오랜 철 생산의 역사를 간직한 공간에서 전통 예법으로 선현을 추모했다는 점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추모사에서는 땅속의 쇠를 찾아 사람의 삶에 쓰이도록 하기까지 들어간 수고를 헤아리는 내용이 낭독됐다. 이는 한 인물의 업적을 기리는 데 머물지 않고, 철을 찾고 다루며 생활의 도구로 만들었던 지난 노동의 무게까지 돌아보게 했다.

따뜻한 음식으로 이어진 나눔

헌다례가 끝난 뒤에는 참석자들을 위한 점심이 무료로 제공됐다. 비빔밥과 반찬, 따뜻한 국물이 마련됐으며 떡을 비롯한 간단한 먹거리와 차도 함께 나눴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속에서 따뜻한 음식과 차는 추모 의식을 마친 참석자들이 온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다. 엄숙하게 진행된 의식 뒤에는 지역 공동체가 한데 어울리는 차분한 풍경이 이어졌다.

산업도시 울산의 뿌리를 마주하다

달천철장유적공원은 쇠부리축제가 열리는 공간인 동시에 울산 철 문화의 역사와 이의립 선생의 발자취를 살필 수 있는 장소다. 공원에 세워진 이의립 선생 동상은 달천에서 철을 찾아 지역 산업의 토대를 놓은 인물을 기억하게 한다.

이번 헌다례는 달천철장을 과거의 유적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오늘의 시민들이 그 의미를 되새기는 살아 있는 역사 공간으로 이어갔다는 데 뜻이 있다. 울산의 산업 발전을 뒷받침한 철의 역사와 전통 차 문화가 만난 현장은 지역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노력의 가치를 보여줬다.

달천철장유적공원은 울산광역시 북구 달천철장길 58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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