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포를 수놓은 고래행진

2026년 제30회 울산고래축제 마지막 날인 10월 18일 일요일, 울산 장생포 일대는 고래를 주제로 한 공연과 체험, 먹거리, 퍼레이드를 즐기려는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고래의 초대 서른 살 파티였다. 포경의 중심지였던 장생포가 고래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도시로 변화해 온 과정과 축제의 30년 역사를 생일잔치 형식으로 풀어냈다.
하늘은 종일 흐렸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행사장을 걸어서 둘러보기에 큰 불편은 없었다.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문화마을, 모노레일,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넓은 공간에서는 여러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됐다.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친구들과 함께 온 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축제 현장을 채웠다.
고래문화특구에서 시작된 축제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방면 이정표 위로는 모노레일이 오갔다. 축제 기간에도 모노레일이 운행돼 지상과는 다른 높이에서 행사장과 장생포 일대를 바라볼 수 있었다. 마지막 날 오후에는 고래 퍼레이드 진행을 위해 장생포 고래로 일부 구간이 차 없는 거리로 통제됐다. 평소 차량이 오가는 왕복 도로는 이날 시민과 관광객이 걷고 공연을 관람하는 축제 공간으로 바뀌었다.
행사장 초입에서는 장생포 노을길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았다. 노을을 연상시키는 주황색 바닥 위에 장생포를 상징하는 고래 캐릭터가 배치돼 축제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인근에는 고래문화특구 전체 안내 지도가 설치됐다. 지도에는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문화마을, 모노레일 등 주요 시설의 위치가 표시돼 있었다.
행사장 규모가 크고 여러 장소에서 프로그램이 이어진 만큼 안내 지도는 이동 동선을 파악하는 데 유용했다. 방문객들은 지도를 살펴보며 공연 시간과 체험 장소를 확인한 뒤 각자 목적지로 이동했다.
가을빛으로 꾸민 기념 공간
고래박물관 앞에서는 장생이 고래 캐릭터와 노란 국화가 가을 분위기를 더했다. 2026 제30회 울산고래축제 문구를 세운 포토존에는 억새와 국화가 함께 놓였다. 사진을 남기려는 방문객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설 정도로 관심이 이어졌다.
행사장 거리에는 파란 천막 부스가 길게 늘어섰다.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과 학생 방문객들이 천천히 거리를 오갔고, 붐비는 구간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동 속도가 낮아졌다. 체험 부스와 판매 공간이 연이어 배치되면서 걷는 동안에도 다양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었다.
향수 시향 부스에는 나무 뚜껑을 씌운 작은 유리병들이 쟁반 위에 가지런히 놓였다. 방문객들은 병을 하나씩 열어 서로 다른 향을 맡아봤다. 플리마켓에는 핸드메이드 액세서리와 수공예품, 지역 상점의 상품을 소개하는 부스가 이어졌다.
세계 음식과 지역 먹거리
먹거리 구역에서는 고래타고 세계맛집 부스가 눈길을 끌었다. 중국과 일본, 태국 등 나라별로 공간을 나눠 다양한 음식을 선보였다. 조리대에서 피어오르는 김과 음식 냄새가 이어지면서 각 부스 앞에는 메뉴를 고르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머물렀다. 야키소바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음식도 현장에서 판매됐다.
행사장 모든 부스에서는 카드 결제가 가능했다. 현금이나 계좌이체만 가능한 일부 지역 행사와 달리 결제 수단을 폭넓게 마련해 이용 편의를 높였다. 푸드트럭 구역 주변에는 음식을 바로 먹을 수 있는 테이블도 설치됐다.
호떡과 맥주를 함께 판매한 호맥 부스에는 많은 사람이 몰렸다. 간단한 간식보다 든든한 식사를 원하는 방문객들은 대형 천막으로 마련된 먹거리 장터 고래밥상을 찾았다. 입구 위에는 고래 그림과 고래밥상 문구를 담은 현수막이 걸렸다.
천막 안에는 많은 테이블이 놓였지만 점심시간에는 빈자리를 찾기 쉽지 않을 정도로 붐볐다. 먹거리 부스는 대부분 울산 지역 단체가 운영했다. 대한민국팔각회 울산광역시지구 부스는 수익금을 보훈가족 후원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80세 이상 어르신 가운데 선착순 100명을 위한 나눔도 진행했다.
현장에서는 김가루와 양념장, 부추, 지단을 올린 잔치국수와 얇고 바삭하게 부친 부추전 등 익숙한 지역 축제 음식이 제공됐다. 식사를 즐기는 일이 지역 단체의 활동과 보훈가족 지원으로도 이어지는 구조여서 축제의 공공성과 공동체 의미를 함께 보여줬다.
선착장에서 만난 두 척의 배
먹거리 장터에서 선착장 쪽으로 이동하면 고래바다여행선이 정박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축제 기간에는 배가 운항하지 않는 대신 내부를 무료로 개방했다. 정박한 배를 둘러보는 방식이어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비교적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고래바다여행선 옆에는 울산태화호가 정박해 있었다. 울산태화호는 자율운항이 가능한 선박으로 소개됐다.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두 선박이 나란히 자리하면서 장생포 선착장만의 해양도시 풍경을 만들었다.
고래 등에 올라탄 체험객들
선착장 옆 데크에서는 고래 등 타기 챌린지가 열렸다. 파란색 에어풀 안에 고래 모양 기구를 설치하고 참가자가 헬멧을 쓴 뒤 그 위에서 로데오 방식으로 버티는 체험이었다.
기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참가자들은 고래 등에 몸을 낮추고 손잡이를 붙잡았다. 특히 어린이 참가자들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고래 모형에 바짝 엎드리는 모습에 주변 관람객들의 웃음이 이어졌다. 체험을 기다리는 줄도 길게 형성됐으며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도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고래라는 축제 소재를 역동적인 놀이로 바꾼 프로그램이었다.
고래문화시설과 관람 안내
장생포를 대표하는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도 축제 동선에 포함됐다. 다만 관람객 안전을 위해 축제 주말인 2026년 10월 17일 토요일과 18일 일요일에는 고래생태설명회를 운영하지 않았다.
고래생태체험관 외벽에는 구릿빛 돌고래 부조가 크게 설치돼 있다. 여러 마리의 돌고래가 건물 벽을 따라 헤엄치는 듯한 형태로 구성돼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의 성격을 건축물 바깥에서도 드러냈다.
새우마당의 연속 공연
새우마당은 울산고래축제의 중심 공연장 역할을 했다.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마술과 뮤지컬, 버블쇼, 연극, 퀴즈, 음악 공연이 이어졌다. 관객이 직접 반응하고 참여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이 많아 무대와 객석 사이의 소통도 활발했다.
| 시간 | 프로그램 |
|---|---|
| 오전 11시부터 오전 11시 30분 | 웨일 매직쇼 |
| 오전 11시 30분부터 낮 12시 | 어린이 뮤지컬 |
| 낮 12시부터 낮 12시 30분 | 고래 벌룬버블쇼 |
| 오후 1시부터 오후 1시 30분 | 로컬 라이브 시니어 연극 |
|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2시 | O X 퀴즈쇼 |
| 오후 2시부터 오후 2시 30분 | 울산 가수 유니 |
|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3시 | 스페셜 버스킹 Liv 밴드 |
| 오후 3시부터 오후 4시 | 동아리 쇼케이스 랩피트 위티 세레니티 |
고래박물관 앞에서는 키다리 삐에로 공연도 펼쳐졌다. 공연자는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어린이들과 손을 맞대고 오후 퍼레이드가 가까워졌음을 알렸다. 관람객들은 안내에 따라 도로 양옆으로 이동해 퍼레이드를 기다렸다.
오후 네 시 고래 퍼레이드
축제 마지막 날의 핵심 행사는 오후 4시에 시작된 고래 퍼레이드였다. 시작 전부터 통제된 도로 양옆의 펜스 뒤로 관람객들이 빼곡히 늘어섰다. 거리뿐 아니라 주변 건물 위에서도 행렬을 지켜보는 모습이 나타났다.
아나운서의 해설과 함께 퍼레이드 시작을 알리는 불꽃이 하늘로 올라갔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울산고래축제 장식을 두른 고래 버스였다. 버스 앞면을 가득 채운 고래와 파도 그림이 퍼레이드의 시작을 분명하게 알렸다.
버스 뒤로는 키다리 삐에로가 관객들에게 장난을 걸고 손을 흔들며 거리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어 백파이프 악단이 지나가자 행사장에는 이국적인 선율이 번졌다. 뒤따른 관악대의 연주는 행진에 힘찬 박자를 더했다.
도로 위에서 펼친 태권도
학생 태권도 시범단은 도로 한가운데 멈춰 격파 시범을 선보였다. 단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와 기합과 함께 송판을 격파하자 부서진 송판이 바닥에 흩어졌다. 관람 구역에서는 시범이 이어질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태권도 시범은 정해진 길을 통과하는 행진에 머물지 않고 도로 자체를 공연 무대로 활용했다. 관람객은 가까운 거리에서 동작과 격파 과정을 지켜봤고, 학생 단원들의 절도 있는 움직임이 퍼레이드에 활력을 보탰다.
서른 번째 생일을 실은 행렬
30주년 고래 퍼레이드 차량도 모습을 드러냈다. 파도와 고래로 꾸민 차량 위에는 2026이라는 숫자가 크게 설치됐다. 생일 케이크를 표현한 장식은 서른 번째 축제라는 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했다.
호랑이와 허수아비, 소녀 모습을 한 대형 풍선 인형들도 관람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지나갔다. 거대한 인형들이 움직일 때마다 어린이 관람객들의 반응이 특히 컸다. 주황색 농구 유니폼을 입은 팀은 농구공을 든 채 행진했고 도로 가까이 선 관람객들과 손을 맞댔다.
흐린 하늘 밝힌 불꽃 공연
퍼레이드 가운데 강한 인상을 남긴 순서는 불꽃 퍼포먼스였다. 공연자들은 공작의 날개처럼 불꽃이 펼쳐지는 장치를 등에 메고 천천히 행진했다.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불빛의 형태와 움직임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양손에 불붙은 횃불을 들고 휘두르는 공연자와 불꽃을 튀기며 이동하는 팀도 뒤따랐다. 공연이 관람 구역 가까이 지나갈 때는 불꽃이 만들어내는 열기가 전해질 정도였다. 화려한 불빛과 절제된 움직임이 결합되면서 퍼레이드의 긴장감과 집중도가 높아졌다.
마칭밴드가 장식한 마지막
퍼레이드의 마지막은 주황색 제복과 깃털 모자를 갖춘 마칭밴드가 맡았다. 대열이 길게 이어진 가운데 북과 관악기 소리가 도로를 가득 채웠다. 앞선 행렬이 지나간 뒤에도 힘찬 연주가 계속되면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관람객들의 시선이 밴드에 모였다.
고래 버스와 키다리 삐에로, 백파이프 악단, 관악대, 태권도 시범단, 30주년 기념 차량, 대형 풍선 인형, 농구팀, 불꽃 공연단, 마칭밴드가 차례로 등장했다. 서로 다른 공연 요소를 하나의 행렬에 담아 제30회 축제의 규모와 축적된 역사를 보여줬다.
하루에 담긴 장생포의 변화
제30회 울산고래축제 마지막 날에는 오전의 포토존과 부스 거리, 점심시간의 고래밥상, 오후의 여행선 개방과 고래 등 타기 체험, 새우마당 공연과 고래 퍼레이드까지 일정이 촘촘하게 이어졌다. 한 장소에 머무르기보다 장생포 곳곳을 걸으며 프로그램을 만나는 방식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많은 인파로 일부 구간이 혼잡했고 먹거리 장터의 자리를 구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장생포의 고래 관련 시설과 해양 경관, 공연, 체험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했다. 도로 통제와 관람객 안전을 위한 프로그램 조정도 이뤄졌다.
이번 축제는 장생포의 과거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래와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도시로 변화한 현재를 시민과 방문객이 함께 체감하도록 구성됐다. 30년 동안 이어진 울산고래축제의 시간은 서른 살 생일잔치라는 주제 아래 거리와 공연장, 선착장, 문화시설을 하나로 연결했다.
고래를 중심으로 형성된 장생포의 장소성과 울산 지역 단체들의 참여,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거리 전체를 활용한 대규모 퍼레이드가 어우러졌다. 제30회 울산고래축제는 울산 시민과 여행객이 장생포의 변화와 고래문화의 의미를 한나절 동안 폭넓게 살펴볼 수 있었던 가을 축제로 마무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