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마음으로 오르는 안나푸르나

극단 울산 정기공연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 참관기
히말라야의 험준한 산, 안나푸르나는 수많은 등반가가 꿈꾸지만 쉽게 정복을 허락하지 않는 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산은 단순한 자연의 봉우리를 넘어 인류가 평생 마주하는 가장 어려운 삶의 고비를 상징합니다.
울산 중구 성안동에 위치한 아담한 소극장, 울산 아트홀 마당에서 극단 울산의 정기공연 연극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가 열렸습니다. 5층 건물의 이 작은 극장은 가족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백여 석 남짓한 객석은 배우와 관객 사이의 거리를 좁혀 연극의 진정성을 더욱 깊게 느끼게 했습니다.
공연은 위독한 외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동 중 폭설로 고속도로에 고립된 가족은 만삭의 막내딸이 갑작스러운 진통을 겪으며 병원에 갈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입니다. 좁은 승합차는 곧 분만실이 되었고, 가족들은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긴박한 시간을 함께 견뎌야 했습니다.
이 연극은 단순한 사건의 전개를 넘어 출산을 맞아 함께하는 가족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생명의 탄생 앞에서 가족들은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상처와 후회, 미안함과 사랑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작품 제목인 '안나푸르나'는 극 전체를 관통하는 은유로,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잊고 싶은 기억이나 이루지 못한 꿈, 용서하지 못한 사람과 화해하지 못한 자신을 상징합니다. 가족들은 각자의 마음속 안나푸르나를 안고 살아가며, 이 연극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깊은 울림을 전했습니다.
특히 출산 장면에서 배우 조아라의 연기는 숨이 끊어질 듯한 호흡과 절절한 표정으로 생명의 경이로움을 실감나게 표현해 객석을 침묵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이 장면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견뎌온 고통과 인내를 떠올리게 하며, 생명이 누군가의 눈물과 희생으로 피어난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웠습니다.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 사랑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가족의 소중함과 함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힘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습니다. 극단 울산의 배우들은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한 가족의 울타리를 자연스럽게 형성해 연극의 진정성을 더했습니다.
울산문화관광재단 2026 예술지원선정사업 작품으로 선정된 이번 공연은 소극장 특유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배우들의 진솔한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웃음과 침묵이 교차하는 무대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기대고 붙잡아 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공연을 마친 후 객석에는 따뜻한 박수가 이어졌고, 배우들의 인사보다 관객들이 위로를 받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저마다의 안나푸르나를 만나며, 그 산을 함께 오르는 가족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이번 연극은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가 아닌,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삶의 봉우리를 오르는 여정을 그렸습니다. 가족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그 길이야말로 가장 높은 산을 넘는 힘임을 조용히 전했습니다.
울산 아트홀 마당은 중구 성안1길 101에 위치해 있으며, 지역 주민과 관객들에게 따뜻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