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물든 태화강 연등축제 현장
빛으로 물든 태화강 연등축제 현장
2026년 5월,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남구 둔치에서 불기 2570년을 기념하는 울산태화가람대축제가 성대하게 개최되었습니다. ‘빛으로 잇다, 자비로 잇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연등축제는 울산 지역 사찰과 불교계가 함께 마련한 문화 축제로, 불교문화의 아름다움과 화합,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축제 현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거대한 장엄등이었습니다. 부처의 형상을 한 불상등은 어둠 속에서도 온화한 미소를 띠며 방문객들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졌습니다. 형형색색의 연등들은 강변의 나무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붉은빛과 노란빛, 푸른빛, 연분홍빛이 어우러져 마치 꿈속의 강을 연상케 했습니다. 이 빛들은 단순한 조명을 넘어 소망과 위로를 전하는 불빛으로 강변을 환하게 밝혔습니다.
태화강은 오랜 세월 울산 시민과 함께해온 생명의 강입니다. 산업화의 거친 숨결로 한때 검게 오염되었던 강은 긴 시간 회복을 거쳐 다시 살아났으며, 철새와 사람, 바람과 별빛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낮의 태화강이 생명의 강이라면, 밤의 태화강은 자비의 강으로 변모하여, 태화루에 반사된 물빛은 시민들의 상처와 회복을 치유하는 듯한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축제장에는 용등과 사천왕등 등 다양한 전통 등불들이 각기 다른 빛깔로 세상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용등은 하늘로 승천할 듯 역동적인 모습이었고, 봉황등은 평화의 기운을 품은 채 날개를 활짝 펼쳤습니다. 전통 문양으로 장식된 등들은 오래된 사찰의 단청을 떠올리게 하며, 은은한 빛이 방문객들의 마음을 깊게 흔들었습니다.
연등은 불교에서 어둠을 밝히는 지혜의 상징으로, 욕망과 번뇌로 흐려진 마음을 밝히고 세상을 비추려는 기원을 담고 있습니다. 등불을 밝힌다는 것은 곧 자신의 내면을 밝히는 행위이며, 거센 바람 속에서도 꺼지지 않으려 흔들리는 불빛처럼 인간의 삶 또한 자신의 등을 꺼뜨리지 않는 끈기와 희망을 의미합니다.
연등회의 기원은 삼국시대 신라 진흥왕 때 전몰장병을 위로하기 위해 팔관회를 연 데서 시작되었으며, 경문왕 때부터 본격적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1,2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 문화는 국가무형유산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축제장 곳곳에는 관음보살이 선재동자에게 진리를 전하는 자비의 상징 연등, 화려한 꼬리의 공작왕 연등, 승천하는 용의 연등, 날개를 퍼덕이는 봉황 연등 등이 강변을 수놓았습니다. 또한 세상을 수호하는 하늘의 신 범천과 수호신 제석천 연등, 연꽃 연등, 석탑 연등, 중생을 구원하는 자장 보살 연등, 사천왕 연등과 동자승 연등 등 다양한 형상의 등이 부드럽고 따뜻한 빛을 내며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밤이 깊어도 태화강의 연등 빛은 꺼지지 않았고, 방문객들의 얼굴에는 잔잔한 평온이 내려앉았습니다. 누군가는 소원을 빌었고, 또 다른 이는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마음의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처럼 연등축제는 단순한 빛의 축제를 넘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등을 밝히고 어둠 속에서 서로의 길을 비추려는 인간의 마음을 상징하는 소중한 문화 행사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태화강은 그날 밤 소망과 자비가 흐르는 빛의 강으로, 울산 시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깊은 감동과 평화를 선사했습니다.
